부산신항 배후부지 지반침하 문제를 연속 보도한 YTN, 오늘은 이 지역 공사 시방서의 오류에 대해 보도합니다.
건설 공사의 지침이라 할 수 있는 시방서부터 허점이 있으니 부실시공으로 지반침하는 당연한 것 아니겠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승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대 1.5m나 가라앉은 부산신항 웅동 1단계 배후부지.
그 맞은편에서는 웅동 2단계 배후부지 조성을 위해 연약지반 개량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부산신항 일대에서는 이처럼 물렁물렁한 연약지반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서 PBD 배수재를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입니다.
PBD 배수재는 플라스틱 코어와 섬유 필터로 구성돼 있습니다.
PBD 배수재를 연약지반 속 수십 미터 깊이 지하에 타설한 뒤 지반 위에 하중을 가하면 땅속 물이 섬유 필터의 미세한 구멍을 통과해 플라스틱 코어를 타고 배출되는 원리입니다.
배수재 필터는 흙이 아닌 물을 선별해 잘 빨아들일 수 있는 기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방서는 배수재 필터의 성능을 검사하는 시험법과 기준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지반침하가 발생한 웅동 배후단지 1단계 1공구 현장의 PBD 배수재 시방서입니다.
"배수재 필터의 O90, O95를 각각 80㎛이하로 규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O90과 O95는 필터의 유효 구멍 크기 측정 방식을 뜻합니다.
O90은 습식 시험법으로 국제 기준인 ISO를, O95는 건식 시험법으로 미국의 ASTM 시험법을 의미합니다.
두 검사법은 검사 방식과 기준이 모두 달라 어느 하나만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시방서에는 이 두 검사법을 모두 제시하며 기준도 동일하게 제시한 것입니다.
[김정열 / PBD 배수재 전문가 : O95는 120m, O90은 100m입니다. 둘이 달리기 시합하는데 100m나 120m 둘 각각 10초 내에 들어와야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예요.]
해양수산부 부산항건설사무소도 시방서 오류를 시인했습니다.
건설 공사의 지침이라 할 시방서마저 엉터리이니 시공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지반침하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김승재[sj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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